집에서 몇몇 잡동사니를 정리하다가 5.25인치와 3.5인치 디스켓 몇장이 굴러 나왔다. 예전에 MSX랑 386컴을 쓰던 시절의 게임이 나왔다. 내용물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빛바랜 라벨을 확인해보니 디스켓 게임(이스, D대시, 울티마 6등)과 유틸리티(코렐 드로우, PCTools등)였다. 아마도 어딘가에는 이 때 쓰던 각종 데이터가 들어있을 디스켓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386컴을 처음 샀을때가 92년이었다. 대학교 입학 선물로 엄청 큰 돈 들여 집에서 구매해주셨고, 덕분에 4년 내내 각종리포트랑 게임을 하면서 - 물론 바로 곧이어 등장한 486에 힘없이 떠밀리지만 - 컴퓨터쪽으로 밥을 먹게 되는 단초가 되었으니,추억이라면 훌륭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컴퓨터를 본 것이 국민학교-초등학교라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다-5학년때, 친구집에서 본 삼성 SPC-1000 이었다. 이 기종에는 테이프 리더가 붙어 있어서, 각종 프로그램을 테이프에저장하고, 로드할 수 있었다. 지금보면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당시에는 짧으면 5분에서 길분 한시간 넘게 기다려서 게임을 로딩하고,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물론 한시간 넘게 로딩해서 에러가 나면 다시 도루묵이 되버리는 바람에뒤집어지는 상황은 불유쾌하지만 말이다.)
당 시에 사용하던 테이프랑 롬팩(가장 처음 사용해봤던 컴퓨터는 대우CPC-800이던가로 기억한다. MSX 기종이었다)은 아직도 집 한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데이터는 이제는 돌려볼 수가없다. 미디어가 맛이 가는 것은 둘째치고, 테이프나 롬팩을 읽을 수 있는 장비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불과 20여년 만에 특정 기록매체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만약 집에 테이프, 롬팩, 5.25인치 디스켓, 3.25인치 디스켓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매체 안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려면 꽤나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한다거나 어쩌면 아예 볼 수 있는 기기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플 로피 디스켓이 나오면서 테이프 저장매체는 자리를 잃었고, 이번에는 CD가, 곧이어 DVD가 계속 나오게 되었고, 마침내 현재에는USB같은 매체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 하드 디스크는 아직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SSD같은 매체가 위협을 하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매체안의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데이터가 파괴될지 모른다는 위험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지금 저장한 데이터를 읽을 기기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예전에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뒀던 플로피 데이터를 현재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 매체의 데이터 보존성은 차치하더라도 -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USB데이터는 수십년, 아니 수년안에 읽을 수 없을 미래의 모습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얼 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축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남겨야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미약한 것 같다. 과연 우리 자손이 우리가 소소하게 남기는 각종 데이터를 그 때에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수많은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비스하는 회사가 사라지는 순간, 수많은 데이터는 너무나 어이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너무나 흔하게 보고 있다. 추억이 어린 사진, 치기 어리지만 순순했던 시기의 글들, 당시에는 너무나 치열하게 고민했던 생각들... 이런 기록을 10년, 20년이 지나 누군가가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네띠앙이나, 하이텔같은 서비스가 접히면서 얼마나 많은 기록들이 접근하기 불가능하게 되었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니까..
우리가 가진 기록매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나오고 있는 출판물이라고 해도, 그 보존기간은 수십년을 넘기가 어렵다. 수천년전에 진흙에 쐐기로 새기고, 구워서 남긴 고대의 기록이나, 조상들이 남긴 서책들앞에, 한순간에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우리의 기록은 왠지 초라한듯한 생각이 든다.

386컴을 처음 샀을때가 92년이었다. 대학교 입학 선물로 엄청 큰 돈 들여 집에서 구매해주셨고, 덕분에 4년 내내 각종리포트랑 게임을 하면서 - 물론 바로 곧이어 등장한 486에 힘없이 떠밀리지만 - 컴퓨터쪽으로 밥을 먹게 되는 단초가 되었으니,추억이라면 훌륭한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컴퓨터를 본 것이 국민학교-초등학교라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다-5학년때, 친구집에서 본 삼성 SPC-1000 이었다. 이 기종에는 테이프 리더가 붙어 있어서, 각종 프로그램을 테이프에저장하고, 로드할 수 있었다. 지금보면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당시에는 짧으면 5분에서 길분 한시간 넘게 기다려서 게임을 로딩하고,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엄청나게 즐거워했다. (물론 한시간 넘게 로딩해서 에러가 나면 다시 도루묵이 되버리는 바람에뒤집어지는 상황은 불유쾌하지만 말이다.)
당 시에 사용하던 테이프랑 롬팩(가장 처음 사용해봤던 컴퓨터는 대우CPC-800이던가로 기억한다. MSX 기종이었다)은 아직도 집 한켠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데이터는 이제는 돌려볼 수가없다. 미디어가 맛이 가는 것은 둘째치고, 테이프나 롬팩을 읽을 수 있는 장비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불과 20여년 만에 특정 기록매체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만약 집에 테이프, 롬팩, 5.25인치 디스켓, 3.25인치 디스켓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 매체 안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려면 꽤나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한다거나 어쩌면 아예 볼 수 있는 기기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플 로피 디스켓이 나오면서 테이프 저장매체는 자리를 잃었고, 이번에는 CD가, 곧이어 DVD가 계속 나오게 되었고, 마침내 현재에는USB같은 매체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 하드 디스크는 아직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SSD같은 매체가 위협을 하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매체안의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을까?
데이터가 파괴될지 모른다는 위험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지금 저장한 데이터를 읽을 기기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예전에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뒀던 플로피 데이터를 현재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 매체의 데이터 보존성은 차치하더라도 -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USB데이터는 수십년, 아니 수년안에 읽을 수 없을 미래의 모습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얼 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축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알면서도,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남겨야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미약한 것 같다. 과연 우리 자손이 우리가 소소하게 남기는 각종 데이터를 그 때에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수많은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비스하는 회사가 사라지는 순간, 수많은 데이터는 너무나 어이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너무나 흔하게 보고 있다. 추억이 어린 사진, 치기 어리지만 순순했던 시기의 글들, 당시에는 너무나 치열하게 고민했던 생각들... 이런 기록을 10년, 20년이 지나 누군가가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네띠앙이나, 하이텔같은 서비스가 접히면서 얼마나 많은 기록들이 접근하기 불가능하게 되었는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니까..
우리가 가진 기록매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나오고 있는 출판물이라고 해도, 그 보존기간은 수십년을 넘기가 어렵다. 수천년전에 진흙에 쐐기로 새기고, 구워서 남긴 고대의 기록이나, 조상들이 남긴 서책들앞에, 한순간에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우리의 기록은 왠지 초라한듯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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